지방 미분양 자재값 , 중견 건설사 ‘위기’
지방 미분양 자재값 , 중견 건설사 ‘위기’
“원자재 가격 인상과 미분양 문제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서울을 중심으로 살아난다고 해도 대형 건설사만 해당될 뿐, 그렇지 않은 건설사는 신규 수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A중견 건설사 관계자)
원자재 가격 인상·미분양에 따른 중견 건설사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매일경제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50위 이내 건설사 가운데 1분기 분기보고서 제출이 이뤄진 35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절반이 넘는 19개 건설사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6개 건설사가 시공능력평가 11~50위 이내 기업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세계건설·HJ중공업은 1분기 실적이 적자로 돌아섰다.
실적 악화 원인으로는 미분양이 꼽힌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149억원 대비 65.8% 감소한 금호건설은 지난해 중반부터 분양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충북 옥천에 공급한 ‘옥천역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는 499가구 모집에 청약통장이 136건 접수되는 데 그쳤다.
울산시 남구에 들어서는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는 398가구 모집에 접수 건수는 72건에 머물렀다.
대구를 기반으로 한 건설사 서한은 최근 ‘번영로 서한이다음 프레스티지(울산)’ ‘두류역 서한포레스트(대구)’ 분양에 나섰지만 두 단지 모두 공급 가구에 미달됐다.
1분기 영업이익 2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6% 감소한 계룡건설산업은 제주도 제주시에 136가구 규모 ‘엘리프 애월’ 분양에 나섰지만 16가구를 모으는 데 그쳤다.
영업손실 109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선 신세계건설은 준공 후 미분양 물량과 분양 중인 잔여 물량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주요 진행 사업장 다수가 대구 등 분양위험 지역에 분포하는 등 주택사업 포트폴리오 안정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도 중견 건설사에 악재
신세계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원가율 97.9%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올랐다.
전체 원재료 중 약 36%를 차지하는 레미콘 가격이 지난해 4분기 8만300원에서 지난 1분기 8만45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원가가 높아져 매출원가율이 오르면 수익성은 떨어진다.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는 중견 건설사에 타격이 더 크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수주 규모가 작은 중견 건설사는 가격 협상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에서 발주하는 사업에 들어가려고 해도 시멘트 가격 등 원가가 오르면 공사비가 늘어나게 되고 이 때문에 영업이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원자재 가격 인상, 미분양의 ‘이중고’는 결국 중견 건설사의 체력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까지 부동산 시장 호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건설사 대부분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규 수주나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건설업 위기론’이 섣부른 견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도 수요·공급이 적용되는 사업이라 다른 산업처럼 등락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건설업은 한동안 주춤했어도 결국은 회복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