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넘보는 10년물 금리에 우는 장기채개미
4.5 넘보는 10년물 금리에 우는 장기채개미
ARM 덕 볼 기업 한국엔 저평가 반도체 회사에 돈 몰려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예상밖의 긴축 메시지를 내자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48%까지 도달하면서
미국 장기채 평가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개인투자자들은 빠르면 내년 초부터 금리인하가
시작되리라는 기대로 장기채에 대거 베팅했지만 당분간 시장금리가 하락할 이벤트가 없어 손실을 계속 감내해야 할 상황이다.
21일(현지시간) 미 10년채 수익률은 전일대비 10bp 오른 4.48%로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7월 27일 FOMC 이후 긴축사이클이 종료됐다고 결론 내린 서학개미들이
집중 매수했던 TMF ETF는 하루 만에 7.6% 내려 두달 간 26%의 하락폭을 기록했다.
TMF는 미국 20년물 수익률을 세 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ETF다.
장기채일수록 듀레이션(채권의 실효만기)이 길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가격이 크게 흔들리는데 이를 3배로 반영하니 초고위험도 상품인 셈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두달 간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TMF는 2억3700만 달러로 순매수 2위다.
통상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은 변동성 관리 차원에서 채권을
레버리지 ETF로 보유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개인투자자들이 매수한 셈이다.
7월 FOMC 이후 국내투자자 순매수 5위(1억3500만 달러 규모)였던 일본 상장 미국 20년물 ETF 역시 두달간 9.4% 하락했다.
이 상품은 미국의 국채 20년물 TLT ETF를 환헤지해 일본증시에 상장시킨 ETF(2621.T)로 국내 투자자들은 엔화로 투자했다.
이럴 경우 엔화 평가절상과 미국 금리인하 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현재 1000엔당 900원 수준인 엔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엔화로 미 국채에 투자한 것이다.
비교적 변동성이 작은 커버드콜 채권 ETF 역시 하락을 피할 수는 없었다.
국내투자자들이 두 달간 4671달러를 순매수한 TLTW(미국채 20년물 커버드콜 ETF)는 21일 2.1% 하락했다.
이 ETF는 금리가 박스권 안에서 완만히 움직일 때 콜옵션 프리미엄을 팔아 연 18%의 높은 배당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데
금리가 큰 폭으로 움직일 경우 주가가 하락한다. 21일 하루만에 금리가 10bp 움직이자 주가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국 ETF 뿐만 아니라 한국에 상장된 미 장기채 ETF의 하락폭도 컸다. ‘KODEX 미국채울트라30년선물’은 두달 간 8.3% 하락했다.
문제는 미국 장기채 금리가 단시간 내 큰 폭으로 내려올 여지가 적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고 있는 점은 내년부터 시작될 기준금리 인하를
이미 반영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중립금리가 상향 조정됐다면 정책금리 인하 시기도 늦춰질 전망”라며
“일본은행까지 제로금리에서 탈피하려고 한다면 미 국채 10년 금리 수준은 4.7%까지 열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FOMC 이후 채권 트레이더들을 상대로 서베이한 결과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 금리의 고점이 4.5% 이상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전체의 48%였다.
다만 이미 단시간에 시장금리가 급하게 오른 만큼 채권 저가매수세를 감안하면 추가적인 급등이
가능성은 낮아 분할매수도 전략이 될 수 있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코어 인플레이션이 그다지 우려할 수준이 아니고
글로벌 연기금에서 대기자금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급 측면에서 공방이 한동안 치열할 수 있다”며
“다음달 6일 나오는 비농업부문 고용지수에서 그동안 타이트했던 고용 상황이 바뀐다면
연준도 이에 대응하는 메시지를 낼 것이고 시장금리는 다시 안정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