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때 쓸어담자 5일만에 이 종목 빚투 1600억원 몰렸다
쌀때 쓸어담자 5일만에 이 종목 빚투 1600억원 몰렸다
이달 중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발표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를
중심으로 매수 수요가 몰리자 관련 종목이 집중된 코스피 시장에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금액은 9조6804억원으로 지난해 말 9조165억원 대비 6639억원(7.36%) 늘었다.
지난달 말 9조5166억원과 비교하면 이달 들어 7일까지 5거래일만에 163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주식 시장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코스피에서 잔고가 늘어난 덕택에 국내 증시 전체의 신용거래잔고 역시 7일 기준 17조8260억원으로 지난해 말 17조5584억원 대비 2676억원(1.52%) 증가했다.
이와 같은 빚투 증가세를 이끈 것은 저PBR주로 분류되는 자동차·금융주와 반도체주였다.
지난해 말 기준 PBR이 0.51배로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꼽히는 현대차의 경우 작년말 880억2700억원이었던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지난 7일에는 1479억9900만원으로 이 기간 68.1% 늘었다.
지난달 사상 최대 연간 실적과 함께 올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 계획을 골자로 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한 기아는 같은 기간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490억4800만원에서 1055만6500만원으로 무려 115.2%나 증가했다.
현대차의 경우 작년말 대비 주가상승률이 23.43%에 달한다. 기아 역시 18.25% 뛰며 지난달 31일에는 ‘형님주’인 현대차 시총을 넘어서기도 했다.
금융지주사 종목에도 빚투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 말 103억3800만원이던 KB금융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7일 245억9400만원으로 137.8%, 같은기간
하나금융지주는 101억7900만원에서 243억6100만원으로 139.3% 늘었다. 두 종목 역시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이 각각 23.71%, 29.91%에 달한다.
작년말 기준 PBR이 1.48로 1은 넘지만 성장성에 비해 대표적으로 저평가 받는 주식으로 분류돼 역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주목받는 삼성전자에도 최근 빚투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4007억4700만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200억원(42%) 넘게 늘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기간 신용잔고가 1425억4600만원에서 2437억6100만원으로 71% 급등했다.
두 종목 모두 작년말 대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 장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에 저가매수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저PBR주가 몰린 코스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코스닥 시장 빚투는 다소 감소했다.
실제 코스닥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해 말 8조5419억원에서 이달 7일 8조1456억원으로 3963억원 줄었다.
시장에서는 이번주에도 저PBR주에 대한 관심이 계속되면서 이를 비롯한 코스피 주요 종목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 기대로 저PBR주 강세가 지속되면서 연초 이후 보험, 은행, 증권, 자동차 업종의
평균 주가 상승률(13%)이 코스피(-1.7%)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 발표 및 긍정적인 외국인 수급으로
세부적인 정책이 발표되기 전까지 저PBR주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저PBR주 가운데에서도 옥석이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저PBR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종목도 있었다”며 “주가상승률이 높은 종목들이 평균적으로 높은 ROE와 이익잉여금 비중
낮은 순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결국 저PBR 중에서도 선별적인 스크리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 연휴 기간 미국 증시가 역대 최고 수준의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금주에 줄줄이 발표될 미국 경제 지표가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