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폰 말고 AI폰 내놨어야 했나 추격자에 쫓기는 애플
새 아이폰 말고 AI폰 내놨어야 했나 추격자에 쫓기는 애플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가 주가를 견인하는 강력한 테마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시가총액이나
시장점유율에서 2등이었던 회사들이 더 높은 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반도체 설계 경쟁력이 주목받으며 시총 1위인 애플의 뒤를 쫓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시장에서 엔비디아에 큰 차이로 뒤졌던 AMD는 7일(현지시간) AI칩 ‘인스팅스 MI300X’를 내놓자 주가가 하루만에 9.9% 올랐다.
반면 엔비디아는 중국 매출 감소 리스크 때문에 주가가 상승여력을 소진한 채 답보 상태다.
7일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370.95달러로 최근 석달간 12.4% 상승해 같은 기간 9.1% 오르는 데 그친 애플을 앞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의 협력, 자체 설계 AI반도체 공개 등의 AI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중국 매출 리스크가 있는 애플보다 주가가 더 오르고 있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0월말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분기 대비 26% 늘어난 클라우드 애져(Azure)의 성장률을 공개하면서 순조로운 AI 수익화의 시작을 알렸다.
여기에 지난달 있었던 이그나이트2023(Ignite 2023)행사에서는 자체 설계 반도체 칩셋 마이아100(Maia100)을 공개하면서 AI 비용 절감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AI 반도체 설계 경쟁력까지 갖추며 AMD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높은 가운데 지난달 20일엔 샘 올트먼 전 오픈AI CEO 영입 뉴스까지 나오며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애플은 강력한 AI 호재 없이 여전히 IT수요 부진과 중국 리스크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엔 네 분기 연속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하는 부진한 흐름이 이어졌다.
우려가 많았던 아이폰 매출은 전년대비 3% 성장으로 선방했지만, 맥 매출은 같은 기간 34%나 급감했고, 아이패드도 10% 감소했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경쟁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아이폰15 시리즈 판매가 기대치를 하회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아이폰 판매 호조와 중국 내 점유율 방어도 중요하지만 주가에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AI 서비스, 비전프로 출시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온 엔비디아가 최근 3개월새 박스권에 갇힌 가운데 AMD는 20.4%가 올랐다.
엔비디아가 계속 시장 컨센서스를 넘는 실적을 내면서도 중국 리스크에 주가가 주춤한 사이 AMD의 저비용 반도체가 대안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AI 칩 수요가 폭증해 엔비디아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AMD 반도체에 수요가 옮겨졌는데 차세대 반도체는 엔비디아 칩에 비해 성능도 앞선다.
6일 공개한 AMD의 최신 AI용 GPU인 MI300은 HBM을 8개 탑재한다.
HBM이 5개인 엔비디아 H100 대비 유리한 부분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차세대 제품인 B100부터 HBM 개수가 8개로 늘어나는데,
AMD의 MI300이 출시 시기가 반년 이상 빨라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AI용 GPU 시장에서 아직 엔비디아와 격차가 크지만 전력효율, HBM 용량 등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AMD는 4분기 실적부터 AI 용 고성능 신제품 매출이 반영되는데,
내년 1분기의 데이터센터 매출 가이던스가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한다면 견조한 주가 흐름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빠르게 오른 주가 때문에 엔비디아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불리한 것은 부담이다.
AMD의 주가이익비율(PER)은 34.5배로 엔비디아의 23.6배보다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