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카카오 주주권 행사 나선다
국민연금 카카오 주주권 행사 나선다
국민연금이 카카오에 투자하는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상향했다.
금융당국의 카카오그룹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과거보다 카카오와 관련해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카카오에 대한 투자 목적을 종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카카오 주식 지분율도 기존 6.36%에서 5.42%로 줄였다.
국민연금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에 대해서도 투자 목적을 동일하게 일반투자로 바꿨다.
최근 금융당국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여부에 대한 감리에 나서는 등
감시를 강화하면서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또한 주주활동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13.3%),
케이큐브홀딩스(10.41%), 텐센트 자회사 막시모(5.94%) 다음으로 지분을 많이 보유한 4대 주주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단순투자 목적 대비 상대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내 자본시장법상 상장사 주식의 5% 이상을 보유할 경우 지분 현황과 투자 목적을 공시해야 한다.
투자 목적은 단순투자, 일반투자, 경영 참여 세 가지로 구분된다.
단순투자는 주주총회에서 제시된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반면 일반투자는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이사 선임 반대나 정관 변경 등 단순투자 대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수 있다.
다만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만큼 국민연금은 향후 카카오 경영활동을 주시하면서도 과거
한진칼 사태처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까지는 나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민연금은 영풍제지 주가 조작 사태로 거액의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에 대해서도 투자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에 국민연금의 지분보유 목적이 변경된 기업 중 현대제철과 고려아연,
한국전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이들 세 기업은 국민연금의 탈석탄 운용전략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5월, 석탄채굴・발전산업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인 산업이나
기업군에 대해 투자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는데,
당시 석탄채굴・발전 부문이 사업의 핵심인 철강기업, 제련기업, 발전업체 등이 투자제한 대상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현대제철과 고려아연, 한국전력을 네거티브 스크리닝 대상 기업으로 보고 강력한 책임투자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는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 외에도 관련 산업군에 대한 주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단, 국민연금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수탁자 책임 활동을 당장 시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이 현재 진행하는 연구용역의 결과가 내년 3~4월에 나오는 만큼, 그 이후에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투자 제한 전략을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현대제철과 고려아연, 한국전력 외에 HDC현대산업개발과 기업은행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난 12일 공시에서 지분율이 12.84%에서 12.51%로 0.33%포인트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 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올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보다 부진한 것이 지분보유 목적 변경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소송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올해 초, 미국에서 6조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 걸렸는데,
최근 홍콩에서도 1조9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당하는 등 연달아 소송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