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봇물에 거래소 과부하 왔나 심사 병목 심해져
IPO 봇물에 거래소 과부하 왔나 심사 병목 심해져
日 금융청 기업성장이 가계자산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밸류업 목표
공모주 시장에 훈풍이 불면서 기업공개(IPO)를 신청하는 기업도 최근 두달새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상장예비심사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늦어도 한국거래소가 한달 반 안에는 신청 기업에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례 상장이 많은 코스닥 시장에서는 상장예비심사만 10개월 가까이 늘어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과 이달 상장예비심사 청구건수는 각각 33건과 21건으로 집계됐다.
이른바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해 11월 전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앞서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는 지난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올들어 IPO 기업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데다 HD현대마린솔루션
에이피알과 같은 대형 종목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기업도 늘고 있는 모습이다.
에이럭스(로봇 에듀테크), 데이원컴퍼니(성인교육), 아이지넷(인슈어테크), 넥셀(바이오 소부장) 등 신규 상장을 신청한 기업 업종도 다양하다.
그런데 심사 청구가 크게 늘고 있는 데 비해 심사 속도가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달과 이달 심사결과가 확정된 기업은 각각 18곳과 10곳이다.
같은 기간 새롭게 들어온 상장예비심사 기업 수의 절반가량에 불과한 셈이다.
파두 논란 직후인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만 해도 월별로 심사결과가 확정된 기업 수가 같은 기간 새롭게 심사를 청구한 기업 수보다 많았던 점과 대비된다.
현행 한국거래소 규정상 상장예비심사 기간은 원칙적으로 45영업일 이내다.
29일 기준으로 3월 중순 정도까지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기업은 결과가 이미 통지됐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 강제성이 없어 제출서류 정정이나 보완을 이유로 심사결과 통지가 미뤄지는 경우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예비심사가 미처리된 청구 건수는 총 76건이다.
이 가운데 신청 이후 45영업일을 초과한 경우는 22건으로 그 3분의 1에 달한다.
현재 상장예비심사가 특히 오래 지연되고 있는 기업은 모바일 소프트웨어 기업 유라클, 효소 제작 기업 엔지노믹스, 신약 개발사 퓨처메디신 등이 있다.
심사가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승인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스팩 존속합병을 통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던 신약개발업체 노브메타파마는 상장을 위해 꼬박 10개월을 매달렸지만 결국 이달 27일 심사 미승인을 통보받았다.
이와 유사하게 스팩 상장을 추진하던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운영사 이브로드캐스팅 역시 상장예비심사 신청 7개월이 지나서야 미승인을 통보받아 결국 자진 심사 철회를 결정했다.
업계에선 IPO만을 바라보며 사업 확장 등을 제쳐두고 예산과 인력을 들여 각종 기술 인증 등에 집중한 기업들로선 힘이 빠질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투자금 회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해당 기업 투자자들도 재무 계획에 차질이 커질 수 있다.
기존에는 재무 성과를 포함한 정량적 요소를 중심으로 상장을 심사했다면, 최근에는 기술성과 성장성만으로도 상장할 수 있는 각종 특례가 생기면서 심사에 드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IPO 준비 초기 기업들의 상장예비심사 신청이 늘면서 심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파두 논란 이후 한국거래소의 상장 심사가 더 깐깐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한국거래소는 추가적인 기준 변경 등은 없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