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덕 볼 기업 한국엔 저평가 반도체 회사에 돈 몰려
ARM 덕 볼 기업 한국엔 저평가 반도체 회사에 돈 몰려
글로벌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ARM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크게 흥행하면서,
국내에서도 반도체 IP 기업 등 유관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소외됐던 기업 가치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며, 기업공개(IPO)뿐 아니라
투자 유치까지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IP 기업인 퀄리타스반도체는 내달 6일부터 13일까지 기관 수요예측을 거쳐
같은 달 18일과 19일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주당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3000~1만5000원으로, 상단 기준 27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상장 주관을 맡았다.
퀄리타스반도체는 국내 주요 반도체 IP 기업으로 꼽힌다.
반도체 IP는 반도체를 설계할 때 기능 단위로 포장해 만들어놓은 설계 데이터로,
주로 반도체 제조사가 이에 대한 라이센스를 구입해 칩 설계에 활용한다.
퀄리타스반도체는 특히 인터커넥트(Interconnect) IP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이는 SoC(시스템온칩) 모듈 내 데이터가 빠르게 오가도록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며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2019년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협업 생태계인 ‘SAFE IP’ 핵심 파트너로 선정돼 다방면에서 IP 양산 이력을 확보했다.
최근 동종 산업군인 ARM의 IPO 흥행으로 국내 증시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반도체 IP 산업에 관심이 쏠리면서
퀄리타스반도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한 반도체 IP 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의 경우 상장사 가운데 마땅한 비교군이 없고,
생소한 반도체 IP 산업의 구조와 사업 전망 등을 설명해야 해 IPO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ARM이 나스닥 상장 첫날인 지난 14일 25% 이상 폭등하자,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 IP 산업에 대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경은 KB증권 연구원은 “ARM 상장으로 국내 IP 기업들의 가치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IP기업은 아니지만 ARM의 공식디자인파트너(AADP)인 디자인솔루션 업체 에이직랜드의 IPO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내달 23일~27일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고, 11월 2~3일 청약을 거쳐 코스닥에 입성할 계획이다.
에이직랜드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와 파운드리 간 가교 역할을 하는 회사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와도 공식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TSMC 공정을 이용하는 팹리스 기업이 주문을 하면, 이를 제조용 도면으로 제작한다.
IPO뿐 아니라 투자 유치에서도 자금 조달이 확대되고 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관련 IP를 제공하는 파네시아도 지난 15일 설립 1년만에
기업가치 1034억원으로 16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투자에는 대교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지앤텍벤처투자,
타임웍스인베스트먼트, 유안타인베스트먼트, 퀀텀벤처스코리아 등 7곳이 참여했다.
CXL은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반도체를 잇는 ‘도로’를 대폭 늘리는 차세대 기술이다.
AI 등으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며 필수 기술로 꼽히고 있다.
반도체 IP는 AI 반도체 경쟁, 미세공정을 기반으로 한 삼성전자 TSMC 간 파운드리 경쟁 등 요인으로 시장이 급격히 늘고 있다.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빅테크들이 칩 제조에 뛰어드는 ‘파편화’ 현상도 시장 급증의 원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