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대어 삼성 SK하이닉스도 군침 흘리는 HPSP
가장 큰 대어 삼성 SK하이닉스도 군침 흘리는 HPSP
“올해 상반기 가장 큰 대어(大漁)가 매물로 나왔다”
‘한국판 ASML’로 불리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 HPSP가 매물로 나왔다.
시가총액 3조6159억원(15일 종가 기준)에 달하는 코스닥 8위 업체가 매물로 나온 것이어서, 지난 2년 간 침체된 국내 M&A 시장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HPSP는 반도체 전공정에 필요한 열처리 공정(어널링) 장비를 제조 공급하는 회사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반도체 웨이퍼 표면에 계면결함이 생기는데, HPSP는 이를 비활성화하는 어널링 장비를 공급한다.
HPSP는 고압수소어닐링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지난 2019년 251억원이었던 매출액은 4년 후인 2023년 1791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99억원서 지난해 952억원으로 거의 10배로 늘었다.
HPSP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무려 53%에 달한다. HPSP는 반도체 분야 알짜 소부장 업체로 꼽힌다.
반도체 노광장비를 독점하며 업계서 ‘슈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에 빗대 ‘한국판 ASML’로 불리기도 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는 HPSP 매각 작업을 위해 글로벌 주요 IB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에 나섰다.
매각측인 크레센도는 ‘프레스토제6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6호 펀드)’를 통해 약 100억원대 자금을 들여 지난 2017년 HPSP를 인수했다.
당시 6호 펀드는 HPSP 지분 51%를 확보했었는데, 2022년 7월 HPSP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고 무상증자 등이 이뤄지면서 지분율이 39%로 하락했다.
크레센도가 매각에 나선 것은 차익 실현의 적기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반도체 호황으로 인해 HPSP 주가는 1년새 2배 이상 증가했다.
펀드 만기 도래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보유기간이 7년이 넘기 때문에 반도체 호황기에 접어든 시점에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만일 이번에 매각에 성공하게 되면 국내 PE업계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차익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크레센도는 2017년 인수 당시 대출(인수금융) 없이 일부 LP(기관투자자)에게 자금을 모아서 HPSP를 인수했다.
NHN을 창업한 이준호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제이엘씨파트너스와 HB그룹 계열사 2곳(HB솔루션, HB테크놀로지)가 주요 LP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이 성사되면 100억원대를 투자해서 조 단위 수익을 내는 것이다”며 “국내 사모펀드 역사상 가장 큰 수익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외 반도체 기업과 글로벌 PEF(사모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HPSP 모태는 풍산의 자회사 풍산마이크로텍(PSMC)의 장비사업팀이다.
2009년 미국 시스템 반도체 고객사에 고압수소어닐링 베타 장비인 ‘Geni’를 최초로 납품했다.
다만 풍산그룹이 지난 2017년 사모펀드 크레센도에 매각하면서 주인이 바뀌었다.
크레센도는 ‘페이팔 대부’로 불리는 피터 틸 회장의 스폰서십으로 탄생한 PEF 운용사다.
다만 일각선 HPSP 몸 값이 다소 비싸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IB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반도체 주식들이 고평가가 되어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있다”며 “HPSP의 경우 몸값을 낮추지 않으면 거래 성사가 힘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최근 1년 새 주가가 약 2배 상승한 것을 감안해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지 말고 현재 시가총액(약 3조6159억원)에 기반해 파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