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실종사건 대기업도 사모펀드도 인수합병 지갑 닫았다
빅딜 실종사건 대기업도 사모펀드도 인수합병 지갑 닫았다
올 3분기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된 건 조단위 거래의 실종에서도 확인된다.
코로나19 시기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수조원 단위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과감히 단행하던 대기업이 금리 인상에 투자 결정을 보류한 것이다.
3일 매일경제 레이더엠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3분기에 체결된 M&A(바이아웃·50억원 이상·발표 기준)
중 금액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의 거래는 SKC컨소시엄이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를 6023억원에 인수한 딜이었다.
1조원대 딜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대기업이 다수 조단위 거래에 참여한 2년 전 시장 분위기와 대조된다.
2021년 3분기엔 넷마블이 2조5100억원을 투입해 리어나도인터랙티브를 인수한 거래를 비롯해,
DTR오토모티브가 두산공작기계를 2조4000억원에 사들인 딜,
GS컨소시업이 1조7200억원에 휴젤을 품은 바이아웃 등 1조원 이상 규모 거래만 6개에 달했다.
시장 침체가 본격화하던 지난해 3분기에도 SD바이오센서가 SJL파트너스와 함께 미국 바이오
기업 머리디언(1조9931억원)을 인수하고, 캐나다 브룩필드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로부터
산업가스 설비(1조원)를 매입하는 등 조단위 거래가 2건은 성사됐다.
국내 M&A 시장 큰손인 PEF 운용사가 시장 참여를 자제하는 것도 빅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PEF운용사는 인수금융(M&A를 위한 대출)을 활용한 레버리지바이아웃(LBO)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데,
고금리 영향으로 인수금융을 조달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김이동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대표는 “인수합병 시장의 큰 매수자 중 하나였던 PEF 운용사들이
인수금융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전반적인 거래량이 줄어든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부터는 시장이 서서히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한다.
김 대표는 “블라인드 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고 모금부터 하는 펀드)가 있는 대형 PEF 운용사들의 출자자(LP)
다수는 공격적인 투자 집행보다 투자금 회수를 요청하고 있다”며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에는 사모펀드들이 기존 투자 자산 매각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경수 삼일PwC M&A센터장은 “금리 인상 추이가 예전보다는 안정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며
“대형 사모펀드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자금)가 많고, 대기업은 해외 진출을 통한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꾀하면서 내년 상반기엔 시장이 다소 살아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M&A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3분기 리그테이블 금융 자문 부문
순위는 SKC 컨소시엄의 ISC 인수 거래(6023억원) 참여 여부에 따라 갈렸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최대 규모 거래인 ISC 딜에서 인수사인 SKC컨소시엄의 재무 자문을 맡으며 1위 자리를 확보했다.
ISC 매각자인 헬리오스프라이빗에쿼티(PE)의 매각 자문에 응대한 씨티증권도 공동 1위에 올랐다.
3위는 5791억원 규모 M&A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삼일PwC가 차지했다.
삼일PwC는 쌍용C&E가 매각하는 쌍용레미콘(3856억원)을 비롯해 STX중공업 등 7건의 인수합병 거래를 지원하는 성과를 냈다.
삼일PwC는 재무와 회계 자문을 패키지로 수임 가능한 회계법인 강점을 한껏 살려 회계 자문 응대 분야에서도 1위에 등극했다.
총 2조8708원 규모의 자문 응대 실적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와 3위는 삼정KPMG과 딜로이트안진이 각각 차지했다.
삼정KPMG는 한국신용데이터(1000억원)와 설빙(1300억원) 거래 등으로 삼일PwC의 뒤를 쫓았다.
딜로이트안진은 ISC 거래에선 인수사 측을 지원하고, 삼화 경영권 거래에서는 매도자 측에 섰다.
법률 자문 부문에선 김앤장이 도합 3조1524원 규모의 거래에 참여하며 1위에 올랐다.
김앤장은 이번 분기에 쌍용레미콘(3856억원) 거래 등에 참여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 뒤를 율촌(2조2270억원), 태평양(1조4873억원), 세종(1조3957억원)이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