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문어발 조사에 기업 한숨 커진다
공정위 문어발 조사에 기업 한숨 커진다
36억달러 흑자 내고도 우울한 한국 석달째 불황형 흑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분야별 역량을 강화한다며 조사·정책 부서를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거꾸로 문어발식 조사 확장에 따른 부작용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정위는 올해 금융과 통신 분야 수수료·요금 담합 여부를 시작으로 사교육 시장 허위광고,
치킨 등 외식업계 가맹점 실태에 이어 건설사 담합 여부에도 칼끝을 겨눴다.
재계에서는 조직 개편 후 조사 담당 조직에서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과도한 현장 조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공정위의 활동 범위는 넓어지고 있는 반면 조사
역량은 낮아지고 있다”며 “기업 활동에 부담을 느낄 정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공정위 조사 역량 강화 필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져 이를 되돌려주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10일 매일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받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금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과징금으로 8224억원을 부과했다.
이 가운데 공정위가 과징금 불복 소송에서 져 돌려준 금액은 13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징수하고 추후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액(91억원)까지 포함하면 지난해
부과한 과징금의 17.9%에 달하는 금액을 되돌려준 것이다.
2020년과 2021년 과징금 환급 비중이 각각 3.5%, 1.0%에 그친 것에 비춰보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기업과 소송하는 과정에서 외부 로펌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급증했다.
공정위는 조직 내에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직원 31명을 두고 있지만 지난해 제기된
소송 171건 중 직접 사건을 맡은 것은 5건(2.9%)에 불과했다.
대다수(97.1%·166건)는 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에 대응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리인 선임 비중은 2020년 90.5%에서 2021년 94.8%, 지난해 97.1%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공정위 조사권은 문제 사건에 집중시켜 신속하게 집행돼야 하며 1심 재판 효력을 가지는
위원회 의결 또한 속도감 있는 추진이 중요하다”면서 “패소에 따른 재정 낭비 요인을 줄이는 데 공정위의 노력이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기업단체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피심인의 방어권이 보강된 부분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완화 등 꼭 필요한 제도 변경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활동에 대해 당연한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과 과도한 경제력 집중,
부당한 공동 행위 등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해 조사·시정해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 공정위의 역할”이라며 “특정 업계를 대상으로 한 성과
채우기 또는 총선 국면 전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조사를 개시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