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키운 브로드컴 AI반도체 다크호스 부상
근육 키운 브로드컴 AI반도체 다크호스 부상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독주해온 엔비디아가 맞춤형 반도체 생산을 내세운 브로드컴의 거센 추격을 받으며 두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이달 들어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 최소 16곳이 브로드컴 12개월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려 잡았다.
16일(현지시간)에는 영국계 투자사 바클레이스가 브로드컴 목표가를 기존 200달러에서 205달러로 상향했다.
전날인 15일 골드만삭스는 “브로드컴의 맞춤형 반도체에 대한 대규모 수요 유입을 감안하면 향후 매출과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면서 목표가를 기존 190달러에서 240달러로 높였다.
지난해 브로드컴이 클라우드 컴퓨터 기업 VM웨어를 610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AI 시대 강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13일에는 JP모건,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앞다퉈 목표가를 올려 잡았다.
이달 투자 의견을 수정한 주요 투자사 중에서는 벤치마크가 브로드컴 목표가를 255달러로 가장 높게 제시한 상태다.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브로드컴의 맞춤형 AI 반도체 매출이 2027회계연도에 600억~900억달러 규모로 불어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탄 CEO는 “주요 3대 기업이 각각 2027년까지 (브로드컴과 함께 만든) 100만개의 맞춤형 AI 칩을 데이터센터에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애플도 브로드컴과 자체 AI 칩 개발에 나섰으며, 지난 10월에는 오픈AI가 브로드컴과 자체 AI 칩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브로드컴은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등 빅테크 기업에 맞춤형 AI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주문형 반도체(ASIC) 사업을 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반도체를 만들면 값비싼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엔비디아는 올해 1월 이후 170% 이상 주가가 뛰었지만 최근 들어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달 한때 147.01달러까지 올랐던 엔비디아는 이달 첫 거래일인 2일 138.63달러까지 떨어졌고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엔비디아 매도에 나서고 있다.
12월 1~16일 국내 투자자는 엔비디아를 2억7597만달러(약 3967억원)어치 순매도해 전체 종목 중 순매도액 1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주가수익비율(PER) 52.1배, 주가순자산비율(PBR) 49.9배 등 주가가 지나치게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매출을 이끌어야 할 차세대 GPU 블랙웰 출시가 올해 4분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지연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브로드컴은 AI 반도체 시장 선두주자인 엔비디아뿐 아니라 2인자 격인 AMD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
AMD 주가가 올해 1월 이후 9% 가까이 하락한 반면 브로드컴 주가는 올해 들어 130% 이상 폭등했다.
브로드컴의 모태는 1939년 설립된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 HP의 반도체 부문이다.
2005년 사모투자회사 KKR과 실버레이크가 반도체 부문만 분사시켜 ‘아바고’라는 회사를 설립했고, 업계 전문가인 탄을 CEO로 영입했다.
탄 CEO는 반도체 사업에서 경쟁력 없는 부문은 매각하고, 그 돈으로 경쟁력 있는 반도체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계속 회사 규모를 키웠다.
이 과정에서 사모펀드 방식의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도 병행했다. 이런 방식으로 인피니언, LSI, 브로드컴, 브로케이드 등을 인수했다.
소프트웨어 시장에도 진출해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강자인 VM웨어까지 인수했다.
사명은 인수한 회사인 브로드컴으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VM웨어는 수많은 1위 사업과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을 갖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