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면 신용거래도 못할 판 정국 불안에 개미들 빚투 청산액 급증
그냥 두면 신용거래도 못할 판 정국 불안에 개미들 빚투 청산액 급증
‘계엄령 선포 사태’ 여파로 변동성이 커지자 신용융자 청산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증시에 반대매매 주의보가 내려졌다.
특히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이후 불확실성이 극도화되자 증시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어 앞으로 대규모 강제 처분 물량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된다.
9일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상환금액은 1조25억원으로 월초의 5312억원보다 88.72% 증가했다.
주가가 급락하면서 담보가액이 담보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담보 부족 계좌가 되고, 이로부터 2거래일 뒤에 신용거래융자 반대매매가 발생할 수 있다.
계엄령 사태로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한 4일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진 주식들의 반대매매는 6일에 발생했는데
이날 상환금액이 평소의 두 배 가까이 급증한 점을 대규모 반대매매가 나온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4일 정치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급락한 종목들의 신용융자 잔고가 크게 줄었다.
‘대왕고래 테마주’의 대표 격인 한국가스공사는 4일 하루 동안 주가가 18.75% 떨어졌다.
이날 담보 부족 상태가 발생해 반대매매로 이어지는 6일에는 3일(41억원) 대비 8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인 402억원의 신용융자 상환이 발생했다.
한국가스공사처럼 ‘대왕고래 테마주’로 묶이면서 4일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던 GS글로벌과 넥스틸 역시 상환금액이
신규 금액을 상회하면서 지난주 신용융자 잔고가 각각 35억원, 42억원어치 감소했다.
리테일 강자로 꼽히는 증권사 관계자들도 6일 반대매매가 큰 폭으로 뛰었다며 최근 급락세에 따른 반대매매 확대를 경고했다.
A증권사는 6일 발생한 반대매매 계좌 수는 전날보다 1083% 늘어났다고 밝혔다.
A증권사 관계자는 “11월 말 증시가 부진하면서 반대매매 계좌가 줄어들었다가 계엄령 사태 영향으로 다시 늘었다”며
“이날 증시 급락에 따라 담보 부족 상태에 진입한 계좌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평소 일평균 반대매매 건수에 비해 6일 30%가량 반대매매가 증가했다”며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내부적으로 반대매매 건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증권사도 “6일에 정치적 이슈로 반대매매 규모가 평소보다 50%가량 늘어났다”며 “변동성이 확대된 상태여서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용융자 잔고의 감소는 국내 증시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투자 활력이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국내 증시에서 레버리지를 이용한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치는 자금이 감소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6일 기준 16조2046억원으로 지난해 1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주에만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73억원어치 감소했다.
국내 증시 전반에서 신용융자 잔고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최근 증시에서 주목받는 정치 테마주 종목들의 신용융자 잔고는 증가했다.
현 정권에서 창업자가 구속되는 등 압박을 받아 ‘정권 교체 수혜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주 53억원 증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여겨지는 코나아이의 신용잔고는 이달 들어 6일까지 25억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테마주로 분류되는 SG글로벌은 19억원 늘어났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정치 테마주 투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정치 테마주는 실제로 관련인으로부터 수혜를 볼 수 있을지도 뚜렷하지 않다”며
“오히려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국면에 들어갔으므로 안정적인 저평가 종목을 노리는 게 현명하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