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주춤할 때 백전노장들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빅테크 주춤할 때 백전노장들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나 내린 것은 주식시장에 ‘양날의 칼’이다.
금리인하로 유동성을 풍부하게 공급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되지만 연준의 금리인하는 향후 몰아칠 경기침체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 악재가 될수도 있다.
경기침체가 가시화되면 기업들의 실적은 악화되고 이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가운데 경기침체를 미리 예상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한 전통(레거시)명가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월스트리트는 PC시대의 유산인 IBM과 델 테크놀로지(델), 대형 할인마트 업계 넘버원 브랜드 월마트, 스포츠 스타 마케팅의 원조 나이키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저성장에 빠져 있다가 인공지능(AI)을 장착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며 각성한 전통(레거시)의 ‘명가’들이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AI테마를 이끌었던 빅테크의 주가가 워낙 고평가된 탓에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과 대조가 되고 있다.
레거시 기업들은 지난 수년간 기존 사업방식을 고수하느라 빅테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익률에 그쳤다.
하지만 외부에서 AI라는 ‘치트키’(강력한 무기)를 도입하고, 내부적으론 탈중국 등 인력 조정으로 마진을 높이며 최근 주가가 상대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종목은 최근 1년새 영업이익률이 상승해 울가 목표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다른 AI 관련 기업 보다 저평가 상태라
향후 주가 상승 탄력이 높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지나치게 빅테크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면 이들 종목을 편입해 투자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911년 미국 뉴욕에서 창립한 IBM은 카드분류기나 펀치카드와 같은 정보처리 기계를 만들었다.
이후 개인용 컴퓨터(PC) 까지 석권하며 IT 시대 레거시, 그 자체가 됐다.
그러나 IBM은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제친 애플로 인해 과거의 유물로 한동안 머물렀다.
2010년~2019년 까지 주가가 30% 넘게 하락하며 투자 시장에서도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그러던 IBM 주가가 최근 1년새 50% 가까이 오르며 월가가 이 레거시 브랜드 이름을 소환 중이다.
IBM의 AI 서비스는 ‘왓슨’으로 대표된다.
왓슨은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와 달리 기업 내부 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용 절감형 플랫폼이다.
특히 IBM의 왓슨은 의료데이터를 분석하는 헬스케어와 테니스 해설 등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1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AI 효과로 지난 2분기(4~6월) IBM 실적이 월가의 예상을 뛰어 넘었다.
미국 주식의 경우 주당 순이익(EPS)이 중요한데 EPS를 통해 회사 성장성과 주주환원 정도를 한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PS을 높이려면 매출 증가와 함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실적이 정체됐을 경우 주식 수를 줄이는 소각을 통해 EPS를 끌어 올릴 수 있다.
월가는 IBM의 2분기 EPS을 2.2달러로 추정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10.5% 높은 2.43달러를 달성했다.
IBM은 EPS 기준으로 최근 9분기 연속으로 월가의 추정치를 뛰어 넘으며 기존 브랜드에 AI 기술을 장착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여기에 탈중국 효과로 인한 비용 절감도 ‘깜짝 실적’의 이유로 제시된다.
IT업계에 따르면 IBM은 올 들어 중국 연구개발(R&D) 직원들의 사내 인터넷 접속 차단을 시작으로 대규모 감원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IBM이 베이징 상하이 다롄등 중국 법인에서 1000여명을 해고할 것”이라며 “이는 작년부터 시작된 대대적 구조조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IBM은 작년 1월 중국에서 3900명의 직원 감축에 이어 같은해 말 AI로 8000명의 직무를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IBM의 글로벌 직원 수는 2020년말 35만2600명에서 2023년말 28만2000명으로, 3년새 20%나 감소했다.
‘탈중국’의 이유는 중국 경기만 유독 안 좋아서다. 작년 중국 법인 매출은 전년대비 19.6% 줄어든 반면 다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1.6% 증가했다.
작년 2분기 12.6%였던 IBM의 영업이익율은 올 2분기 14% 까지 향상됐다.
이는 최근 IBM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으나 향후 12개월 예상 순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0.24배다.
경쟁사로 볼 수 있는 MS(32.57배) 보다는 저평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