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어봐서 알지 비상장사에도 선뜻 연기금급 대우받는 투자자
내가 겪어봐서 알지 비상장사에도 선뜻 연기금급 대우받는 투자자
한국의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100조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최소 자산 규모만 수천억 원에 달하는 기업 가문 고객이 자본시장의 ‘메기’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못지않은 자금 동원력으로 인공지능(AI)이나 바이오, 클라우드처럼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에 투자금을 지원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패밀리오피스의 영향력으로, 거액의 자금력을 가진 개인투자자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국내 증권사의 일반 자산관리(WM) 사업 부문도 성장세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WM사업 부문의 자산규모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규모는 356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초 10억원 이상 고액 자산가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섰는데, 1년새 약 18% 늘어났다.
중복 수치를 제외하더라도, 패밀리오피스 기업 가문과 일반 고액 자산가의 합산 자산 규모는 40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게 시장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주요 비상장 기업들이 펀딩을 할 때 리테일 자금을 신경쓰지 않았다”며
“최근엔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되자, 연기금급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증권사들은 기업 가문의 슈퍼리치를 위한 우량 비상장기업, 사모대출 펀드의 딜을 알선하며 시장 규모 확대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 삼성증권은 확정 수익을 보장하는 ‘IMM케이바이오퓨처스일반모투자신탁’ 전용 상품을 패밀리오피스 고객에게만 제공했다.
앞서 IMM자산운용은 셀트리온과 주주 간 계약을 맺고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보유한 셀트리온 보통주 약 170만주를 인수했다.
삼성증권은 IMM운용을 통해 이 물량 중 일부를 확보해 기업 가문에게 재판매했다.
이번 투자로 기업 가문 고객은 5%가량의 확정 수익률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펀드에 유입된 기업 가문 자금 규모만 1000억원을 넘어섰다.
패밀리오피스 고객은 최근 글로벌 산업지형을 뒤흔들고 있는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에도 관심이 많다.
삼성증권은 ‘삼성-AFWP AI반도체 신기사투자조합1호’ 상품으로 기업 가문의 자금을 모아
글로벌 AI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캐나다 기업 텐스토렌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는 최근 텐스토렌트에 3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투자에는 현대자동차, LG전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 가문 고객은 이처럼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걸 꺼리지 않는다. 본인이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해
자수성가한 경우가 적지 않아 초기 자금 펀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공개(IPO)에 실패하거나, 적자가 누적되면 투자금을 모두 잃을 위험성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슈퍼리치는 자금 규모가 크고, 자산분배가 잘 되어 있어 기다릴 줄 아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게 일반 개인투자자와 다른 점으로 지목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누버거버먼 글로벌PE’ 상품을 통해 해외 비상장 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슈퍼리치에게 제공했다.
블랙스톤, 칼라일을 비롯한 주요 사모펀드들이 투자하는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같은 분야의 글로벌 비상장 기업에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