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는 비싸 HMM 몸값 두고 시장 온도차
7조는 비싸 HMM 몸값 두고 시장 온도차
HMM 인수전이 하림·동원·LX그룹의 3자 구도로 좁혀진 가운데 매각가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매각 측은 자신들이 보유한 HMM 지분가치를 7조원 안팎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투자은행(IB) 업계 일각에선 매각 측이 보유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을 때
주가 희석 효과 등을 감안하면 5조원 수준이란 평가가 나와 괴리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8일 국회에 HMM 매각 추진 업무보고를 하며 HMM 예상 매각가를 최소 7조원으로 추산했다.
앞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매각 대상으로 공고한 3억9879만주에 보고 시점 주가 1만6810원을 단순 반영해 산출한 가치다.
매각 대상 주식 수에 당일 주가를 곱하면 지분가치는 6조7000억원 수준인데,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7조원이 넘는다고 본 것이다.
3억9879만주는 현재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HMM 구주 1억120만주,
9759만주에 이달 콜옵션(조기 상환 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어치의 영구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해 발행되는 신주 2억주를 더한 수치다.
하지만 IB업계에선 이 같은 산출 방식이 영구 CB·BW 전환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한다.
주식 전환에 따른 신주 발행으로 발행 주식 수가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HMM의 발행 주식 수는 총 4억8904만주인데, 이달 신주 발행으로 6억8904만주까지 늘어난다.
기업가치가 그대로라고 가정할 경우 주가는 보고 시점의 주가 1만6810원에서 1만1540원으로 떨어진다.
3억9879만주에 대한 지분가치도 4조6000억원대로 떨어진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5조원대 가치가 산출된다.
더욱이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영구채 전환에 따른 신주 발행으로 향후
발행 주식 수가 총 10억주를 넘어갈 수 있는데,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2019년 5월 이후 발행한 20년, 30년 만기 HMM CB 1조6800억원도 보유하고 있다.
이번에 HMM 매각이 성사되면 인수 측과 남은 영구 CB의 처리 문제를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각 측이 배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금리 스텝업(기간이 지나면서 이자율이 올라가는 조항)이 시작되는
내년 5월부터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1만원 이상인 HMM 주식을 전환 가격인 주당 5000원에 취득할 수 있는데, 이를 포기하는 것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전환 주식 수는 3억3600만주에 달할 전망이다. 이를 더하면 HMM의 발행 주식 수는 총 10억2504만주까지 늘어난다.
영구 CB·BW가 모두 주식으로 전환됐을 때 이번 매각 대상 주식 3억9879만주의 지분율은 약 38.9%가 된다.
보고 시점 기준 시가총액이 유지된다고 가정해도 매각 지분가치는 3조원대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5조원을 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HMM 인수전에 뛰어든 기업들은 5조원대 가치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해운 업황 악화에 따른 적자 전망 등으로 HMM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HMM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11일 종가 기준 HMM 주가는 1만5030원이다. 국회 보고 이후 한 달 남짓 만에 주가는 10% 넘게 내렸고, 시총도 7조9518억원에서 7조3503억원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