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100만원인데 손님 꽉 찼다 호텔 ‘갈라 디너’ 뭐길래?
한 끼 100만원인데 손님 꽉 찼다 호텔 ‘갈라 디너’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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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서울 반포에 있는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의 ‘더 마고 그릴’ 식당에서는 27명의 셰프들이 분주히 오픈 키친을 오가고 있었다.
셰프들은 국내산 전복과 그린 아스파라거스, 프랑스산 캐비아 등 고급 재료를 접시에 정성스럽게 올렸다.
약 50명의 손님을 위해 대규모 셰프 군단이 투입된 것이다. 모든 과정은 ‘미쉐린 3스타’ 파스칼 바흐보(51) 셰프가 진두지휘했다.
프랑스 요리의 거장으로 불리는 바흐보 셰프는 파리에 ‘라스트랑스’ 레스토랑을 오픈해 2007~19년 미쉐린 3스타를 유지했다.
2011년 미식 축제 ‘서울 고메’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한국과도 인연을 맺었다.
이번엔 메리어트호텔의 초청을 받아 ‘갈라 디너(저녁 정찬)’를 진행하기 위해 방한했다.
바흐보 셰프는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는 물론 한국 식재료를 이용한 새로운 메뉴를 선보였다.
‘그린 아스파라거스와 뱅존 소스’ ‘메로구이와 간장 버터 소스’ ‘페퍼 스테이크와 표고버섯’ 등 7가지 코스 중 한국산 재료를 70% 이상 썼다.
바흐보 셰프는 “한국은 백김치와 나물 무침 등 채소를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산 아스파라거스와 프랑스 전통 소스인 뱅존 와인 소스를 더했더니 손님들 반응이 꽤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과 제주에서 나흘간 진행됐다. 인당 60만원이란 높은 가격에도 총 200명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가족·연인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물론 홀로 미식을 즐기는 ‘1인 손님’도 있었다.
손님들은 요리의 맛을 음미하며 직원에게 ‘무슨 재료를 썼나’ ‘고기는 어떻게 익혔나’ 등을 묻기도 했다.
바흐보 셰프는
“예전에 방한했을 때 만나 기념사진을 찍었던 손님이 이번에도 왔다며 당시 찍었던 사진을 보여줘 놀랐다”고 말했다.
호텔 업계가 이처럼 경쟁적으로 ‘스타 셰프’ 모시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이후 고급 미식 경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갈라 디너 행사를 하지 않으면 고급 호텔 이미지를 이어갈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미쉐린 3스타 셰프를 초청해 고가의 요리를 선보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전 일부 호텔에서 열었던 갈라 디너의 경우 인당 30만~40만원대였지만, 이젠 기본 60만원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한 끼’에 100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업계는 와인 페어링(궁합)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내에서 와인에 대한 관심이 커져 요리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정하는 데에도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바흐보 셰프도 메리어트호텔의 와인 담당자와 이메일로 소통하며 신중하게 페어링 와인을 골랐다고 한다.
메리어트호텔 관계자는 “메로구이와 간장 버터 소스 요리에는 참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이 고소한 향기가 나는 와인을,
메인 요리인 페퍼 스테이크에는 매운맛과 어울리는 ‘샤또 피숑 롱그빌 바롱 2017’을 골랐다”고 말했다.
서울 신라호텔은 지난 4월 크리스티앙 르 스케 셰프를 초청해 갈라 디너를 진행했다.
올해로 21년 연속 미쉐린 3스타를 획득한 셰프다. 인당 가격은 60만원, 와인 페어링을 포함하면 100만원으로 고가였으나 예약을 오픈하자마자 마감됐다.
시그니엘 서울은 지난 3월 야닉 알레노 셰프를 초청했고, 롯데호텔 서울은 지난 5월 4년 만에 방한한 피에르 가니에르 셰프의 갈라 디너 행사를 열었다.
가격은 모두 인당 60만원이었다. 프랑스 요리와 한식의 조화를 주제로 해 다른 호텔과 차별화했다.
웨스틴조선 서울의 일식당 ‘스시조’는 지난달 일본 도쿄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고하쿠’의 코지 고이즈미 오너 셰프를 초청해 갈라 디너를 열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높아진 고객들의 미식에 대한 기대와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갈라 디너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례행사로 자리 잡고 있어 연초, 연말이 되면 갈라 디너를 문의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