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밈 주식 투자 주의보
트럼프 밈 주식 투자 주의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주가가 뜨는 회사가 있다.
바로 그가 소유한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다.
TMTG 주가는 22일(현지시간) 장 초반 4%대 급등하며 출발했다.
지난 9월 23일 이후 최근 한달새 주가가 무려 169.2%나 올랐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TMTG 주가는 가열차게 오르고 있다.
TMTG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의 모기업이다.
지난 3월 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 상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와 베팅 업계 예측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유리해졌다는 결과가 나와서다.
일반 상장사가 실적과 주가가 연동하는 것과 달리 특정 인물의 지지율에 반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TMTG 주식 1억 15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그의 지분가치도 17억달러에서 34억달러로 두 배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주가 급등세를 이어갔다.
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주가 악재이지만 그 반대는 주가 호재로 볼 수 있다는 것. 팬덤으로 인한 매수세는 트럼프의 자산까지 불려주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선 TMTG가 트럼프의 팬덤 덕분에 주가 급등이 용인되는 대표적인 밈(Meme) 주식으로 보고 있다.
‘밈’이란 용어는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의 주목을 끄는 주식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원래 밈은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에 펴낸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에서 등장했는데,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 습득되는 문화요소라는 뜻을 갖고 있다.
요즘엔 주식시장에서 더 널리 쓰인다.
이같은 밈적 요소를 갖춘 TMTG를 국내식으로 번역하면 ‘정치 테마주’라고 볼 수 있다.
대선 기간 동안 급등했다가 대통령이 결정된 이후로는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며 폭락하는 테마주의 속성은 미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셈이다.
실적 추정치도 제대로된 애널리스트도 커버하지 않는 이 종목의 가치와 비슷한 국내 종목(9조원대 시총)으로는 한미반도체,
한화오션, 현대글로비스 등이 꼽힌다. 증권가 관계자는 “밈 주식 역사상 최고의 거품이 TMTG에 끼여 있다”며
“엄청난 변동성을 파도 삼은 데이트레이더(단기 투자자)의 놀이터일뿐 일반 투자자들은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MTG는 연매출 보다 1636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지금이야 주가 폭등의 축포를 쐈지만 지난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토론 직후엔 주가가 곧바로 폭락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3일엔 최고가 대비 82% 폭락한 주당 12.15달러까지 떨어졌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급반등하며 모든 조건이 주가에 우호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
외신에선 TMTG에 대해 ‘스테로이드를 맞은 밈 주식’으로 평가 절하하고 있다.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매튜 터틀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은 그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잠재력에
기대고 있다”면서도 “그가 당선에 실패하면 (주식 가치는) 아마도 제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TMTG 주식을 사는 것은 투자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식의 도박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적 상황이 TMTG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어 일반 투자자의 관심이 여전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