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카우 두산밥캣 품은 로보틱스 질주
캐시카우 두산밥캣 품은 로보틱스 질주
두산그룹이 지난 11일 장 마감 후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자 12일 증시에서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23.92% 급등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영업이익에서 95%를 책임지던 알짜 자회사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로 이관되는 데 따른 기대감에서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입금 부담 감소에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불확실성이 남게 됐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전일 대비 4.35%, 두산은 1.86% 하락한 주가에 거래를 마감했다.
개장 직후 두산밥캣 주가는 4% 가까이 떨어졌으나 이후 상승세로 전환해 5% 오른 채 마감했다.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교환 비율은 1대0.63이기
때문에 두산로보틱스 주가가 오르면 두산밥캣 주주들이 교환받는 가치도 커지기 때문이다.
당초 두산밥캣 주주들은 꾸준한 실적과 배당을 보고 투자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두산로보틱스 신주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로보틱스 주가가 급등하며 보유 중인 밥캣 주식 가치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 개편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신청할 수 있는데 두산에너빌리티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2만890원이다.
이날 두산에너빌리티는 장 초반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에 못 미치는 8% 하락한 주가에 거래됐는데, 장 막판에 하락폭을 좁혀 2만900원까지 올라왔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1조4673억원인데 두산밥캣은 1조3899억원으로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 결정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존속법인 연간 영업이익은 1592억원으로 분할 전에 비해 88%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관계자는 “매출이 두산밥캣의 183분의 1인 530억원에 불과하고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두산밥캣이 본질 가치를 찾아갈 것이라고 믿고 오래 보유하려던 주식 투자자가 로봇주로
바꾸든지 현금 청산을 당하든지 양자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에 대해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두산밥캣을 분할하게 되면 1조2000억원가량 차입금이 감소해 재무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으며
연간 금융 비용 660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배당을 받아도
금융비용으로 나가는 상황이고 가스터빈이나 소형모듈원전(SMR) 등 투자할 곳이 많은데 밥캣 채무 때문에 한도가 차서 신규 대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두산로보틱스 기술을 밥캣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시너지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의 최대 수혜자는 두산로보틱스다.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두면서 신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두산밥캣이 상장폐지되면서 MSCI지수에 두산로보틱스가 편입돼 패시브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 상폐 후 두산로보틱스를 MSCI에 편입하는 수시변경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