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증시 반도체 잔칫상 정작 한국만 조용하다던데
이웃나라 증시 반도체 잔칫상 정작 한국만 조용하다던데
‘잃어버린 30년’을 보냈던 일본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 경신을 눈앞에 뒀다.
엔저에 따른 사상 최대 실적과 인공지능(AI)반도체 열풍으로 새로운 랠리 모멘텀이 더해지며 닛케이225는 전일 대비 0.86% 오른 3만8487에 거래를 마쳤다.
닛케이지수는 일본경제 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1989년 12월 29일의 3만8915가 최고치다.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주들이 연초부터 큰 폭의 상승을 보이자 관련기업들이 시총 대형주로 포진해있는 일본·대만 증시의 상승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시총 4위인 도쿄일렉트론이 신고가를 갱신하는 등 반도체 장비주들 상승으로 닛케이는 연초대비 15.6% 급등했다.
일본 증시에서 연초 반도체 섹터의 상승률은 26.0%로 자동차섹터 22.6%, 미디어엔터 16.3%, 금융서비스 14.1%를 크게 앞선다.
시총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TSMC 효과로 대만 자취엔도 올들어 4.2% 상승했는데, 16일 다시 장중으로는 역사적 최고점을 넘어섰다.
반면 한국의 코스피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외국인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초 대비 마이너스 상태다.
반도체 밸류체인 측면에서 볼 때 AI반도체시장 확대 효과를 볼만한 기업들이 코스피보다는 니케이에 더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김현 다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는 순수 반도체기업이라기보다는 모바일
가전 등 다른 사업부문까지 영위하고 있어 반도체 업종 투자시 최우선 선택지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 증시를 이끄는 큰 손은 외국인 투자자다. 1월 일본 증시에서 1조9000억엔어치를 사들인 외국인이 지난주에도 6213억엔을 순매수했다.
올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도쿄 증시에서 6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로 개인들 매수세도 유입되는 추세다.
주식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도로, 올해부터 연간 투자 상한액이 올랐다.
비과세 기간도 무기한으로 늘어 개인들도 자국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워렌버핏이 일본 상사기업을 매수했을 때처럼 일본증시에서 외국인 비중은 늘고 있는데 경기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구조적인 엔화 약세가 요인”이라며 “일본중앙은행(BOJ)이 4월 금융정책을 수정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통화 완화정책을 장기적으로는 유지할 것이란 컨센서스가 퍼져 있다”고 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잃어버린 30년 동안 일본 주식시장 비중을 줄여왔던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기업 수익이 개선된 것을 보고 대량의 매수주문을 통해 비중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라 분석했다.
도쿄증권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저평가된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개선안을 요구했다. 지난해 말까지 PBR 개선 방안 등을 낸 일본 프라임 시장 상장사는 40%(660곳)에 달한다.
이들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ROE 개선과 함께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의 내용을 담았다.
실제로 일본 상장기업은 지난해 9조6020억엔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전년보다 1350억엔이 늘어난 역대 최고 수준이다.
특히 PBR이 상대적으로 낮은 기업의 활동이 활발했다.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함께 일본 기업의 이익 확대도 주가에 긍정적인 부분이다.
실적 호조의 가장 큰 요인은 ‘엔저 효과’다.
지난해 초 130엔대에서 시작한 달러당 엔화값은 현재 150엔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자동차와 부품·장비처럼 수출기업이 강한 일본경제 구조에서 엔저는 수출기업 순익을 키우는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