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 손쉬운 수익원 찾던 영업관행 바꿔야
이복현 금감원장 손쉬운 수익원 찾던 영업관행 바꿔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국내 혁신기업 육성의 마중물을 대는 ‘핵심공급자’로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개정, 상속세 완화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기존에 주장해 온 세제와 제도 개선 필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이 원장은 3알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회사 CEO 간담회에서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을 위해서는
그동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증권업계 영업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따라하기식 투자결정으로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를 유발했던 부동산과 대체자산 위주의 쏠림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장과 증권사 CEO 간담회가 열린 것은 지난 1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16개 주요 증권사 CEO들에게 이 원장은 “혁신기업 발굴과 모험자본 공급을 통해 기업의 밸류업을
이끌어나가 주기 바란다”며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비롯한
유망 산업의 혁신기업에 양질의 자금을 공급하는 핵심공급자(Core Provider)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고금리와 고물가, 인구감소 등으로 장기적인 성장이 위협받는 현실에서 세제 등 자본시장 관련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대개혁을 통해 기업의 자금조달을 보다 원활케 해 혁신동력 확보를 지원하고
투자자가 과실을 최대한 향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완화를 비롯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
금투세·배당세와 같은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특정 이슈가 이념이나 정파간 소모적인 논쟁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며
“늦어도 하반기까지는 선진화를 위해 사회적 총의를 모아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최근 잇따른 증권업계 종사자의 범법행위에 대한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불법행위로 제재받은 임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해 동일업무에 종사하는 안일한
업계관행으로 고객에 대한 신의성실의무를 훼손하는 사고들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CEO 여러분이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잘못된 조직문화와 업계질서를 바로잡고 금융사고를 예방하는데 총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또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해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평가된 경우 충분한
충당금 설정 등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고 시장불안이 확대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리스크를 관리해달라”고 전했다.
이날 증권사 CEO들은 금투세와 관련한 각종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당초 스케쥴인 내년부터 바로 시행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구체적으로 금투세가 도입되면 세금 납부의 불편함 때문에 대형 증권사로의 고객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기관간 정보공유의 한계 탓에 정확한 손익계산이 힘들며 금투세 특유의 원천징수 방식 탓에 투자재원이 감소해 투자자 불편이 야기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토로했다.
복수의 CEO들은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보완이 사실상 곤란하다”며 “내년에 바로 시행되는 것은 실무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를 고려해 제도를 보완한 후 시행시기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일부는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 시행 자체를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속세, 법인세, 배당세 등 세제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건의사항을 향후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