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45쪽짜리 반성문 낸 이 증권사
올해도 45쪽짜리 반성문 낸 이 증권사
여행 항공株 어쩌나 연말 덮친 탄핵 항공 참사에 투자심리 추락 위기
증시 전문가의 모든 전망이 들어맞을 순 없다. 하지만 이를 스스로 되짚어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신영증권 ‘나의 실수’ 리포트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화제가 된 이유다.
이들은 2022년,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자신들의 빗나간 예측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30일 발간한 ‘2024년 나의 실수’라는 보고서를 통해 연구원 저마다의 회고를 낱낱이 적어냈다. 그 분량만 45쪽에 이른다.
김학균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기업의 약진을 간과했음을 자신의 실수로 꼽았다.
특히 전기차 시장에서 나타나는 중국 업체 약진이 놀랍다고 전했다.
최근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도 단순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부진이 아닌, 범용 D램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빠른 추격이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한국 증시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형국이지만, 마냥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도 중국이라는 것이 그의 냉정한 관측이다.
김 센터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시작된 대중 규제가 중국과 경합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나름의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
그 시효가 거의 다하고 있는 듯하다”며 “시장은 늘 기다림의 시간에 보상을 해왔지만, 중국으로부터 받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주식전략·자산배분 담당 박소연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의 누적된 문제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을 자신의 실책으로 꼽았다.
그는 올해 내내 밸류업과 기업 지배구조 관련 리포트를 내놨다. 하지만 50년 넘게 쌓인 구조적 문제가 몇 가지 세제 혜택이나 규제 완화로 해결될리 만무하다고 결론지었다.
박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이 직면한 문제를 선진국과 달리 지주사와 계열사가 중복 상장 모회사의 신생 자회사 지원을 당연시 배당보다 유보와 재투자 선호로 정리했다.
그 역사적 배경에는 1972년 8월 사채동결조치와 12월 기업공개촉진법 제정이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과 사채업자 간 계약을 강제로 무효화시킨 다음 금리를 크게 낮춰 새로 계약하게 했다.
이후 기업이 장기 자금을 조달할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시켰다.
소유권을 빼앗길까봐 모든 기업 총수가 주저하던 때 가장 먼저 기업공개(IPO) 결정을 내린 곳이 바로 삼성그룹이었다.
박 연구원은 “계열사들이 한꺼번에 상장되며 기업들은 넉넉한 자본금을 확보했지만,
총수들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순환출자나 교차출자와 같은 방법을 동원했다”며
“정부는 기업 재무구조 개선과 상장이 시급했던 만큼 모른척 넘어가줬다”고 짚었다.
하지만 박 연구원은 ‘물꼬’를 튼 만큼 밸류업이라는 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엉킨 매듭을 풀기 위해선 매듭 구조를 이해하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풀어야 한다”며
“기업과 투자자, 대주주와 소액주주, 유보와 분배의 균형추를 잡기 위한 노력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