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내년 결혼한다는데 부모자녀 눈치작전
아들이 내년 결혼한다는데 부모자녀 눈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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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을 앞두고 서둘러 자식 혼사를 마무리중인 50대 직장인 윤 모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그는 “아들에 내년 결혼을 앞두고 신혼집을 알아보러 다니는데 두세달 새 전세금이 5000만원이나 뛰었다.
원래는 증여세 면제 한도인 5000만원만 보태주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정부가 이때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올린다고 해서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다른 동네를 알아보고 있다는 아들이 대놓고 이야기는 안하지만 내심 1억 이상을 지원해주길 바라는 것 같기도 해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면서 전세금도 오르는 추세여서, 윤 씨 같은 고민을 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재작년에 삼남매를 모두 출가시켰다는 60대 신 모 씨는 “양가에서 1억5000씩 3억을 받아도 서울에
전세 얻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 아니냐”면서 “사돈댁이 여유있으면 비슷하게 지원하느라 허리가
휘고 사돈댁이 어려우면 우리가 좀 더 보태야 해서 이래저래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신 씨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집값은 남자 쪽 부담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딸 둘에 아들 하나였기에 망정이지, 아들 둘이었으면 큰일났겠다 싶을 만큼 결혼시킬 때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추진중인 ‘결혼시 증여세 최대 3억원 공제’ 법안이 뜨거운 관심사다.
지금은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할 경우 10년마다 5000만원까지만 세금이 면제되는데, 새 법안은 결혼시 1인당
최대 1억5000만원(양가 합산 3억원)까지 한도를 올리는 것이 골자다.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정부는 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3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적용될 수 있는데, 예비 신혼부부와 부모들이 ‘동상이몽’으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녀들은 증여세가 면제되는 1억5000만원까지 받고 싶고, 부모들은 한푼이라도 아꼈다가 노후에 쓰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이다.
물론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초구에 사는 50대 박 모 씨는 “주위에 1억 이상 안해준 부모가 드문데, 5000만원 한도를 의식해 괜히
나중에 세금 더 내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항상 있었다”면서 “차라리 1억5000으로 공제 한도가 올라가면
피같은 내 돈을 자식 주는데 눈치보지 않아도 되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공이 국회로 넘어간 만큼 여야도 셈법이 복잡해졌다. 결혼과 출산,
양육을 지원한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동감하지만, 자칫 ‘부자 감세’로 비춰질 수 있고 도와줄 형편이
안되는 부모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내년 선거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보니 여야 모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연구원은 혼인증여공제 도입으로 약 2만명이 혜택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2024년부터 2028년까지 총 1조3377억원의 세수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1인당 평균 13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감세카드를 활용할 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이르면 이달 말 여야가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