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이냐 구원투수냐 큰손 국민연금 딜레마
수익률이냐 구원투수냐 큰손 국민연금 딜레마
삼성전자 뛰기 전에 모아두자 빌린 주식 올해만 폭풍증가
해외 주식 투자 수익률이 국내 주식을 웃돌면서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수익률 제고에 나서려면 해외 주식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한국 증시 ‘큰손’인
연기금이 국내 주식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로 비치면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3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민연금이 투자한 국내 주식 자산 규모는 141조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 자산 규모는 303조원으로 국내 주식 대비 2배가량 많다.
현재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약 1000조원에서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30%, 국내 주식은 14%다.
해외 주식 중에는 미국 증시 투자 비중이 64%에 달한다. 2018년만 해도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은 자산 규모가 비슷했다.
당시 국내 주식 자산 규모는 109조원, 해외 주식 자산 규모는 113조원이었다.
불과 5년 동안 해외 주식 자산 규모는 168% 커진 반면, 국내 주식은 29% 증가하는 데 그치며 자산가치가 2배가량 벌어진 셈이다.
수익률도 해외 주식이 높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잠정 해외 주식 연 환산 수익률은 17.8%로 국내 주식(16.5%)을 웃돌았다.
2018년 이후 국내 주식 수익률이 해외 주식을 넘어선 적도 없다.
1988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국내 주식의 장기 수익률은 5.2%, 해외 주식은 8.5%다.
주요국 증시가 약세를 겪었던 2022년 국내 주식 투자 수익률은 -22.8%를 기록했다.
반면 해외 주식 수익률은 -12.3%로 국내 주식 대비 10%포인트가량 높았다.
상승장이든 약세장이든 미국 시장의 성과가 상당 부분 반영되는 해외 주식 자산군이 결과가 좋았던 것이다.
기금 고갈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민연금으로선 주식을 포함한 해외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해외 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6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책임·전임 운용 인력 24명 확충도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강화 움직임은 의사결정 구조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국민연금은 투자위원회, 대체투자위원회 위원 범위에 해외사무소장을 포함하는 규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해외사무소장 직급도 실장급으로 상향하며 역할과 위상을 높인 바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해외 투자 확대에 따라 해외 소통과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하고 해외 주식 비중을 마냥 늘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요 상장사 지분을 대거 보유한 큰손인 만큼,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한국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한정된 재원에서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돼 국내 증시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은 약 7100억원을 순매도한 바 있다.
1월 들어 코스피는 5.9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균형을 잡기 위해선 국내와 해외로 시장을 구분하기보다 다양한 자산군을 적절히 혼합하는 분산 투자로 장기 수익률을 제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캐나다연금투자(CPPI)의 통합 포트폴리오 운용 체계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위험자산(주식·대체투자 등) 비중은 55%인데 85%에 이르는
CPPI보다 2022년 수익률이 낮았다”며 “다양한 자산군을 적절히 배분해 수익률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