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수혜株 찾았다 삼성물산 두산밥캣 CJ제일제당
밸류업 수혜株 찾았다 삼성물산 두산밥캣 CJ제일제당
최근 정부가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기로 하면서 메리츠금융그룹이 주목받고 있다.
실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것과 더불어 주주 환원과 관련해서도 다른 기업들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증시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일본의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저평가 주식에 대한 주주 환원 압박 정책과 닮은꼴인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투자자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작동하면 메리츠와 비슷한 경로를 밟아 가는 기업들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2의 메리츠’로는 삼성물산과 두산밥캣, CJ제일제당이 지목된다.
다만 밸류업 프로그램 내용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주가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부분의 되돌림 현상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메리츠 오너
메리츠금융그룹이 주목받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증시 부양책이 나오기 전부터 주주 환원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증권, 보험사 등을 운용하면서 자산 운용 면에서 수익률을 계속 높여 왔다.
자금난을 겪는 일부 건설사에 연 13%가 넘는 고금리를 받기도 했다. ‘고위험 고수익’이라는 금융업의 원칙을 고지식하게 적용한 것이다.
메리츠는 이렇게 번 돈의 50%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환원에 썼다.
2023년 주주 환원액은 1조883억원으로, 메리츠 연간 순익(2조2000억원)의 약 절반이다.
메리츠는 오너 그룹들에 만연한 ‘쪼개기 상장’과도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은 2022년에는 자회사인 화재와 증권의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 자회사 체제로 그룹 내 상장사를 금융지주만 남겨놨다.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은 75%에서 50% 밑으로 하락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했기에 이런 결단이 가능했다.
일반 주주를 동업자로 대우한 조 회장도 돈방석에 앉았다. 그의 지분 가치는 올 2월 19일 현재 7조5130억원으로, 1년 새 80% 넘게 증가했다.
국내에선 비교 대상이 없는 메리츠의 주주 환원은 매년 1조원 이상 버는 ‘1조클럽’인 데다 최고경영자(CEO)의 강력한 의지 덕분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같은 외부 자극과 메리츠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상장사가 최근 늘어나면서 이들이 중장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영업이익 1조클럽과 현금성 자산 1조원 이상 CEO의 주주 환원 의지가 돋보여 ‘제2의 메리츠’가 될 후보군으로는 삼성물산, 두산밥캣, CJ제일제당 등이 꼽힌다.
주주 환원 더블압박 삼성물산 주가 탄력받나
지난 20일 블룸버그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2023년 잠정 실적과 추정치가 존재하는 국내 상장사는 1106곳이다.
이들 중 2020년 영업이익이 1조원이 넘었던 상장사는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해 25곳이었다.
2021년 1조클럽은 48곳으로 급증했다가 2022년 43곳, 2023년 38곳으로 2년 연속 감소세다.
대기업조차도 불황의 여파를 이기지 못해 주주 환원 여력이 있는 상장사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삼성물산은 2021년 영업이익 1조1960억원, 2022년 2조5285억원, 작년에 2조8702억원으로 3년 연속 1조클럽을 달성했다.
현금 등 현금성 자산 역시 1조클럽이다. 2022년 말 4조2000억원에서 2023년 3조1000억원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금고가 넉넉하다.
삼성물산의 주당 배당금은 2022년 기준 2300원이지만, 2023년에 2550원으로 올릴 예정이다.
1년 새 11% 상승했지만 주주에겐 불만이다. ‘더블 1조클럽'(영업이익 1조원+현금성 자산 1조원)인 삼성물산 주주에겐 성이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계 자산운용사인 시티오브런던 등은 오는 3월 15일 열리는 주주총회 안건으로 5000억원의 자사주 매입과 주당 배당금 4500원을 제시했다.
주주연합 측이 회사 측보다 76.5% 높은 배당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