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안주고 주가 누르더니 결국 상폐 헐값에 현금청산
배당 안주고 주가 누르더니 결국 상폐 헐값에 현금청산
지난해 일본 도쿄거래소가 PBR(주당순자산가치) 1배 미만 주식에 대해 상장폐지를 고려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국에서도 이처럼 강력한 주가부양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상장폐지라는 페널티가 있어야 기업들이 주가부양을 위해 노력할 것이란 논리였다.
한국개인투자자연합회는 자진상장폐지 권유 종목 39종을 발표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도쿄거래소가 PBR을 기준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보도는 오보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은 대주주들이 상장폐지가 주가를 올릴 수 있는 수단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장부가치를 밑도는 상장사에 대한 공개매수를 통한 상장폐지가 잇따르면서 개인투자자들은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됐다.
기업가치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공개매수가격이 정해지면서 그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공개매수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시장에 바로 매물을 던지게 된다.
어차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공개매수 절차에 따르는 것은
번거롭고 또 장외거래라 양도소득세(22%)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사모펀드들이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건에 대해선
소액주주들은 배당도 제대로 주지 않고 낮은 주가를 방치하고 있다가 상폐를 추진하다고 불만이 높다.
이승조 다인인베스트 대표는 “커넥트웨이브는 이익이 나는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3년간 배당을 안주면서 주가가 떨어졌다”면서
“공개매수 가격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치를 하기 위한 소액주주들 지분도 5%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주가 밸류업에 대한 주주들의 요구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들은 아예 상폐를
생각하고 있는데 내년이면 더 공개매수와 상폐가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탑텐’ 브랜드를 운영하는 의류 업체 신성통상은 지난달 21일 공시를 통해 지분
약 22%(3164만주)를 주당 23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순자산(3136원)보다도 낮아 비판을 받았다.
신성통상 주가는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수혜를 받아 주당 40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배당에 인색했고 주가가 다시 반토막 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 환원에 인색한 창업주 일가 행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근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 폐지는 선량한 개미 투자자들을 죽이는 일”이라며 “신성통상은 탐욕적 상장 폐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배당으로 주가를 누르고 공개매수로 상장폐지한 후 고배당에 나선 과거 사례 때문에
상장폐지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않다.
2012년 SK E&S의 자회사였던 코원에너지서비스는 0.65배의 PBR에 공개매수·상장폐지가 진행됐다.
배당금은 상폐 전 77억5600억원에서 상폐 후엔 2600억원으로 급증했다 .
최근 증권가와 정치권에서 비판이 높아지고 있는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도 논란이다.
두산밥캣이 배당 증액에 소극적이다가 저평가된 가격에 초고평가주라고 할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와 기업가치가 동등하다는 가정 하에 합병이 진행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