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부디 십만전자? SK가 치고나간 D램 전쟁 이겨야 승산
내년엔 부디 십만전자? SK가 치고나간 D램 전쟁 이겨야 승산
내년 증시를 전망하면서 증권사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업종이 있다. 바로 반도체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극성스러운 한파를 맞으면서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도 실적이 급감하는 보릿고개를 지났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반도체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가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일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개월새 나온 14개 증권사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9만1300원이다.
전일 종가 7만3100원에 비해 19.93% 높은 가격이다.
지난 2021년 1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9만6800원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증권가가 삼성전자의 주가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가 있다.
올해 바닥을 찍었던 실적이 내년에는 큰 폭으로 회복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Fn가이드 기준 내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33조9496억원이다.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 7조3136억원의 4.6배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유례없는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 2022년까지만 해도 분기 평균 10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의 대규모 적자 탓에
올 1분기 6400억원, 2분기 6690억원의 초라한 이익을 냈다.
하지만 지난 3분기 2조434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회복됐고 올 4분기에는 3조565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는 1분기 5조1745억원, 2분기 6조7551억원, 3분기 9조5288억원, 4분기 10조7706억원으로 이익 규모를
계속 키워가면서 우리가 아는 그 삼성전자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란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증권가의 낙관론에는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11월 기준 PC용 D램(DDR4 8Gb) 범용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1.55달러로 전월 대비 3.33% 상승했다고 집계했다.
고정거래가격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객사에게 반도체를 공급할 때 받는 가격으로, 반도체기업들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가격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7월 4.1달러였던 D램 가격은 2년 넘게 하락하면서 올 9월 1.3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이 1년여간 지속된 데 따른 공급 축소로 지난 10월에 반등했고 11월에도 가격이 또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길었던 반도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 업황 적자 속에서도 선단 공정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며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유지했다”라며 “D램, 낸드 모두 업황의 바닥을 통과해
업사이클로 전환할 때는 삼성전자의 선제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메모리의 고정가격 반등이 진행 중으로 4분기 D램의 흑자전환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메모리 업황의 우상향, 중장기 거시 경제 회복 기대를 감안하면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 1.3배의 현 주가에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고 분석했다.
모든 전망이 다 낙관론 일색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꿈의 ‘십만전자’ 등극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는 비교적 분명하다.
반도체 시장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와 DDR5 등 고부가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뺏긴 주도권을 빼앗아와야 하는 숙제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 3분기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을 각각 39.4%, 35.0%라고 발표했다.
지난 1분기 18.1%포인트차이였던 시장점유율 격차가 4.4%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 HBM3와 고용량 DDR5 등 주력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여 지난 3분기 D램 부문이 이미 흑자로 돌아섰다.
올 한해 삼성전자 주가가 32.19% 오르는 사이 SK하이닉스가 82.27%나 오른 것도 고성능 D램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논란이 컸던 DDR5와 HBM의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파운드리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라며
“그동안 보여주었던 정체된 이미지를 벗고 다시 초일류라는 삼성의 과거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