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최상단 뚫은 새내기주 성난 개미들 수요 예측 왜 하나
공모가 최상단 뚫은 새내기주 성난 개미들 수요 예측 왜 하나
연말 뜨거웠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새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내기주들이 올해 첫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줄줄이 희망밴드 상단을 뚫었다.
수요 예측이 무색해지면서 그 피해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개인투자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힘스와 포스뱅크,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 등 4개사가 희망밴드 상단을 8~20%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전날 조선기자재 전문기업 현대힘스는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공모가를 희망밴드
(5000~6300원) 상단을 15% 이상 초과한 7300원에 확정했다고 공시했다.
최종 경쟁률은 680.82대 1을 기록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2099개 중 95.9%가 7300원을 초과한 7500원 이상을 제시했다.
포스뱅크와 우진엔텍, HB인베스트먼트도 공모가도 상향 조정됐다.
포스·키오스크 전문기업 포스뱅크는 공모가를 희망밴드 상단(1만3000~1만5000원) 대비 20% 높은 1만8000원에 확정했다.
수요예측에는 총 2104개의 기관이 참여해 839.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중 98%가 밴드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했다.
원자력 발전 계측제어설비 정비 전문기업 우진엔텍 역시 공모가를 5300원에 확정하면서 희망밴드(4300원~4900원) 상단을 8% 웃돌았다.
수요예측에는 총 2049개 기관이 참여해 1263.32대 1의 네 자리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가격을 제시한 기관투자자의 100%(2026건)가 공모가 밴드 상단 혹은 상단 초과 가격을 제시했다.
벤처캐피털(VC) HB인베스트먼트는 공모가가 희망밴드(2400~2800원) 상단을 20% 이상 초과한 3400원에 결정됐다.
수요 예측에는 총 1955개 기관이 참여해 838.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참여 기관의 99%가 밴드 상단 초과를 써냈다.
이처럼 수요예측에 나선 기관투자자의 95% 이상이 공모가 상단이나 그 이상을 제시하면서 사실상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기관은 가격 자체를 적지 않는 ‘미제시’를 쓰기도 한다. 통상 가격 미제시는 밴드 상단 초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같은 수요예측 과열이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관들은 대부분 상장 첫날 주식을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하고,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물린다.
지난해 6월말부터 새내기주 상장일 가격제한폭이 공모가의 60~400%로 확대됨에 따라 부작용도 커지는 양상이다.
공모가 왜곡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IPO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에코프로머티 상장 이후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보지 않는 시장이 됐다”며
“기관들은 확실히 수익을 보지만, 개인들은 폭탄을 돌리다 보니 피해를 보게 되고 머지않아 IPO시장도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