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때문에 투자 못해 파생상품 해외서 찾는다
규제 때문에 투자 못해 파생상품 해외서 찾는다
미국 투자 선호가 주식 뿐만 아니라 선물·옵션 등의 파생상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주식 거래는 시차라는 제약사항이 있지만 해외파생은 사실상 24시간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한국 낮시간에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해외 파생거래에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1월~8월)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파생상품 거래는 6759만 계약으로 거래대금은 4조7546억 달러에 달했다.
작년 6575만 계약, 거래대금 4조682억 달러에 비하면 계약수는 2.8%, 거래대금은 16.9% 늘어난 것이다.
올해 개인들이 주로 거래한 해외 파생상품은 마이크로 미니 나스닥100 선물, WTI 선물, 금 선물 등이다.
금 선물의 경우 한국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거래할 수 있는데도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금 선물 거래가 263만계약(거래대금 609억 달러)이나 됐다.
특히 올 들어 큰 폭으로 늘어난 거래는 엔비디아와 테슬라 개별종목 옵션이었다.
키움증권 등이 옵션 매도 전략의 위험성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의 옵션매도는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테슬라 등 서학개미의 인기 종목을 담은 종목 옵션 거래가 급증한 것이다.
옵션 거래는 콜 매수 포지션의 경우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옵션프리미엄을 손해보는 데 그치고 주가가 상승하면 큰 이익을 얻기 때문에 개인들이 선호한다.
엔비디아 옵션의 올해 거래량은 33만8880계약(거래대금 9923만 달러)로 작년 1만3093계약(거래대금 772만 달러)에 비해 급성장했다.
테슬라 옵션 거래 역시 올해 거래량은 29만7540계약(거래대금 7055만 달러)로 작년 1만2150만 계약에 비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옵션은 정해진 행사가에 살 수 있는 계약으로 적은 돈으로도 엔비디아와 테슬라 주가 상승에 베팅하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종목 옵션의 경우는 국내에도 코스피200 종목이 대부분 상장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나 미국 지수의 주가 상승폭이 클 것으로 전망한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이용해 투자할 수 있는 해외 선물·옵션 투자에 나선 것이다.
콜옵션이나 지수 선물은 기초자산 상승폭이 클수록 투자자가 얻는 수익도 커진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파생시장이 규모도 크고 거래종목도 다양하지만 미국 증시에 대한 선호가 해외파생 선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에서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파생상품에 규제가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규제 없이 파생 거래를 할 수 있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파생 거래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도 여러 이벤트를 통해서 해외 선물·옵션 거래를 지원하고 있는 점도 해외파생 거래규모가 증가하는 한 요인이다.
위탁 및 유지 증거금 비율로 따지면 국내 선물보다 해외 선물이 낮은 편이다.
더 적은 돈으로 많은 레버리지를 쓸 수 있어 초고위험 초고수익이 가능하다.
물론 본인이 베팅한 방향과 시장 방향이 정반대일 경우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국내 규제로 인해 고위험 성향의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으로 떠날 것이란 우려는 과거부터 있었다.
2020년 레버리지와 곱버스(2배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성행하자 정부에서는 투자자교육을 강화하고
일정 이상의 예탁금을 예치한 경우에만 레버리지·곱버스 ETF 매수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그 당시에도 미국에는 3배 ETF들이 흔한데 국내 시장만 틀어막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투자자들이 적은 자기자본으로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 선물의 경우 적절한 타이밍을 알려준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컨설팅 수수료를 받는 유사투자자문업체들도 성행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요구된다.